10.06.2010

"말장난"


1

눈이 시커면 여자들이 무더기로 다녀갔다
나는 그런 여자들을 좋아했다 눈이 시커멓고 빠르게 다녀가는 여자들
듬성듬성 걸린 새옷 어깨 마다 사만원짜리 손톱이 지나간다 거기에 예술이 깃들었다
그러더니 지나간다 노루와 고래와 고양이 기름을 버무르고는 지나간다 거기에 영혼이 생겨난다
매 같은 형태의 복식을 부풀리고 조르고 해체하고 어떻게 다시 조립하고 해서
계절별로 득달같이 입어대는 나는 그런것이 좋았다
그 여자들의 흐들어질 목살 만큼이나 좋았다
반쯤 드러낸 히프 위에 박은 한탄스럽게 멍청한 라틴말의 문신만큼이나 좋았다
빠르게 들통나는 예쁜것들
예쁜것으로 그만인 그런 쉽고 멍청한 예쁜것, 들.
나는 정말로 그런게 좋아. 죽겠다



2

내 목구멍을 지나왔던 지난 밤의 궤변이나
주말 아침에 등졌던 서쪽 하늘이나
계절마다 모양을 바꿔 유행하던 나의 연인들은
철철 쏟아내던 땀방울은
너무나도 유의미하게 관능적이었던
허연 침대보에 화석으로 남겨질 줄로 알았던
말장난



3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생각하지 않은 만큼 어려울 뿐이죠
말처럼 쉽지만도 않아요 말처럼 하지 않는게 더 쉬울 뿐이에요
예쁜것과 아름다운것이 어떻게 다른 줄 아나요
멍청한것과 멍청하지 않은척 하는것의 차이죠
나에게 말이에요 아주 전적으로 오로지 완전히 내 기준에만 말이에요
그러니 발끈할 필요는 없어요, 이건 다 장난이니까
구멍을 다 틀어 막을 수는 없어요
퇴로를 확보해 두는 편이 훨씬 편한일이죠
충분히 피곤했잖아요
알것같지 않나요
당신이 부여한 의미들의 무의미함
글을 쓴건가요 그림을 그렸던건가요 낙서같은거였나요
아니
뭐였던들




ㅇㅎㅅ님ㅆㅇㅇㄷ에서펌질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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